준호할배

“건방지게 ‘내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왔는데 외려 제가 치유받는 느낌입니다. (환자들이) 너무 고마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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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응급의료계의 거목(巨木)으로 불리는 임경수(68) 전북 정읍 고부보건지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80대 어르신이 오셔서 중절모를 벗으며 인사하면서 ‘3년 동안 (보건지소에) 의사가 없다가 왔는데, 소장님 제발 건강하셔야 돼요’라며 당신마저 가버리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눈빛으로 말씀하시는데 울컥했다”라며, “돈이 많을 때는 행복한 줄 몰랐는데, 돈이 제일 없을 때 제일 행복하니 인생사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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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토박이인 임경수 소장은 강남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초대 과장을 지낸 고 이한식 전 연세대 의대 교수 등과 함께 대한응급의학회 창립을 주도하고, 응급의료법과 응급의료기금을 만들었으며, 대한재난의학회·대한외상학회 설립에도 관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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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소장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로 33년간 재직하다 2022년 1월 정읍아산병원장으로 일한 뒤 지난해 9월 퇴직한 후 두 달 뒤인 11월에 정읍시 고부면 보건지소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연봉 4300만원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기는 2년이며,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 연봉 4억~5억원을 받을 수 있는 임경수 소장이지만 300만원 남짓 월급을 받는 ‘시골 의사’가 된 이유를 “정읍시 면적(693㎢)은 서울시의 1.2배인데 인구는 10만명이다. 지역은 굉장히 넓은데 의사와 보건지소는 드물어 장애인 발생률이 전국 평균 2배다. 그런데도 누구도 조언해 주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 지방에 남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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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장애인이 하나 생기면 의료 비용은 4~7배 늘어나 가족 전체의 삶은 망가지고, 세금 낼 사람이 외려 국가에서 돈을 받아야 한다”며 “만성 질환만 잘 관리하면 필수 의료비와 의료 인력을 지금보다 5분의 1 내지 10분의 1로 줄여도 된다”며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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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소장은 현재 보건지소 2층에 있는 16.5㎡(5평)짜리 옥탑방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다시 일하게 되면서 매달 450만원씩 나오던 사학연금이 끊기자, 한 달에 두세 차례 서울 집에 갈 때마다 임경수 소장의 아내가 “미쳤다. 왜 당신이 선봉에 서냐” “나이도 많고 돈도 모자란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며 타박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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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소장이 보건지소에 처음 부임했을 땐 하루에 환자가 한두 명가량 왔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15명이 온다고 합니다. 관절염부터 고혈압·당뇨·소화장애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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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소장은 “서울아산병원은 의료 수준이 세계 톱인데, 정읍에 오니 우리나라 수준이 이렇게 미개할 줄 몰랐다. 거의 아프리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정읍에 보건지소가 15개 있는데, 의사 6명이 모두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온 공중보건의다. 의료 경험이 짧은 데다 엑스(X) 레이 등 장비도 부족해 자기 경험과 청진기로 진단을 내리고 투약한다”고 지방의 의료현실을 전하면서 “정읍은 고령 인구가 40%”라며 “약국이나 병원에 한 번 가려면 왕복 택시비만 4만원 가까이 나오고 버스는 1시간에 한 대씩 있다. 그러니 아파도 돈이 아까워 병원엘 갈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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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소장은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나 국회에 쫓아다니며 (65세 이상) ‘시니어 닥터’가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일할 수 있고, 다시 취업하더라도 사학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규제를 풀어달라고 얘기하는데 효과가 없다”며 “공중보건의 월급이라도 받으면 (지방에서) 일하겠다는 의사가 많은데 연금을 안 주니 누가 하겠냐”며 제도적 규제 현실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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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소장은 “시니어 닥터들이 귀촌 생활도 하고 지역사회 공헌도 하면서 비수도권에 있는 힘 없고 늙은 분들이 수도권과 비슷하게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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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427130

https://www.youtube.com/watch?v=X5mjBvYaWD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