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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 이야기

집회 금지구역 확대하는 집시법 개정안 통과, 민주주의 후퇴인가 합리적 규제인가

by ssaribi 2026.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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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 100m 밖에서만 들리나요?”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이 민주주의를 지켜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광장 앞에 100미터짜리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졌습니다.

 

지난 20251123,

많은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우리의 집회의 자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이 조용히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2026129,

이 법안은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집시법 개정안,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에 통과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절대적 집회 금지구역 확대

- 기존: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경계로부터 100m 이내

- 개정: '대통령 집무실전직 대통령 사저추가

2. 예외 조항 신설

-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한 마디로 정리하면,

청와대 집무실 앞 100m 이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집회가 금지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 법안의 배경과 과정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2022)

 

이야기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헌법재판소는 20221222,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를 예외 없이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20245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기한이 지나면서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2024)

 

20244, 대법원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므로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도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대통령의 주거 공간과 동등한 수준의 집회 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202511, 법안심사소위 통과

 

그러나 20251123,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2소위는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안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안을 기반으로 한 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헌재 결정의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집회 금지 장소를 확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1127일 행안위 전체회의 통과를 거쳐,

20261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7명 중 찬성 119, 반대 39, 기권 39명으로 최종 가결되었습니다.

 

헌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했나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집회는 신고제이지 허가제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개최할 수 있어야 하고, 금지는 극히 예외적이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기본 정신입니다.

 

시민사회의 우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2026129일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국민의 목소리에 가장 귀 기울여야 할 곳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규모’가 무엇인지, '직무 방해 우려’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어,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집회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사실상 헌법이 금지한 집회 허가제의 부활이다.”

 

참여연대 역시 긴급 의견서를 통해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의 허가제 금지 원칙을 위배하는 것"

 

법률적 논란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1. 모호한 예외 기준 : “대규모”, "직무 방해 우려"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경찰의 자의적 판단 가능

2. 헌재 결정 취지 위반 : 집회 금지를 최소화하라는 헌재 결정과 정반대 방향

3. 대법원 판례 무시 : 집무실과 관저를 동등하게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 무시

4. 실질적 허가제 부활 : 예외 인정 여부를 경찰이 판단하는 구조

🗣 사회 여론, 어떻게 갈리나

찬성 측 입장

정부와 여당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합니다.

- 대통령 집무 환경 보호: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환경 필요

- 안보 및 경호 문제: 대통령의 신변 안전 확보

- 교통 및 일반 시민 불편 최소화: 대규모 집회로 인한 교통 마비와 소음 문제 해결

 

반대 측 입장

시민단체와 야권 일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 집회의 자유 침해: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

- 민주주의 후퇴: 국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달할 권리 박탈

- 기존 법률로 충분: 대통령경호법, 통합방위법 등으로 이미 신변 보호 가능

- 광장 민주주의 부정: 4.19, 6.10, 촛불집회 등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 부정

 

국민 여론

거대 양당이 합의하여 통과시킨 법안이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집시법 개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내란 사태를 광장에서 막아낸 시민들에게 이러한 법 개정은 "배신"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민변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감옥으로 보낸 것은 광장의 시민들이었다. 내란의 밤 이후 칼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에게 내놓는 국회의 답이 이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 외국은 어떨까 - 해외 사례 비교

미국 - 백악관 앞 Lafayette Square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바로 앞 Lafayette Square(라파예트 광장)은 오랜 시위와 집회의 역사적 장소입니다.

- 1981년부터 현재까지: 'White House Peace Vigil’이라는 반전 평화 시위가 40년 이상 지속

-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 백악관 바로 앞에서 대규모 평화 시위 개최

- 거리 규제: 특정 거리 규제 없이 백악관 담장 바로 앞에서도 시위 가능

다만 20259, 미국 공원경찰이 오래된 평화 시위 텐트를 일부 철거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시위 자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 엘리제궁

 

프랑스는 시위 문화가 강한 나라로 유명합니다.

- 샹젤리제 거리: 대통령궁(엘리제궁) 인근에서도 정기적으로 대규모 시위 발생

- 노란 조끼 시위(2018-2019): 파리 중심가에서 장기간 시위 진행

- 2023년 연금개혁 반대 시위: 대규모 격렬한 시위에도 거리 규제는 제한적

프랑스는 시위가 폭력화될 경우에만 특정 지역을 임시로 봉쇄하는 방식을 취하며, 평화적 시위는 원칙적으로 허용합니다.

 

영국 -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앞도 전통적인 시위 장소입니다.

- 웨스트민스터 지역: 의회와 총리 관저 인근에서 시위 허용

- 테러 대응 이후: 보안은 강화되었지만 시위 자체는 금지되지 않음

 

일본

 

일본은 상대적으로 집회 규제가 강한 편입니다.

- 사전신고제 또는 허가제: 지역에 따라 경찰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음

- 총리 관저 주변: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 적용

 

대부분의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대통령이나 총리 관저 인근에서도 평화적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미국의 백악관 앞 시위는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프랑스는 대규모 시위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절대적 거리 규제보다는 평화적 시위인지, 폭력적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입니다.

💭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집회의 자유는 단순히 거리에서 소리치고 피켓을 드는 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국민이 주권자로서 권력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입니다.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면, 4.19 혁명, 5.18 민주화 항쟁, 6.10 민주항쟁, 2016-2017년 촛불집회, 그리고 최근의 계엄 반대 집회까지, 위기의 순간마다 광장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습니다.

이번 집시법 개정안은 그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우려스러운 신호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국민의 목소리에 가장 귀 기울여야 할 곳이라는 법원의 판단처럼, 권력의 중심에 시민의 목소리가 도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100미터라는 물리적 거리가 권력과 국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집회의 자유는 우리가 쉽게 얻은 권리가 아닙니다.

수많은 선배 시민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낸 소중한 민주주의의 자산입니다.

이번 집시법 개정안이 헌법의 정신을 훼손하는지, 아니면 시대에 필요한 합리적 규제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가 무관심하면, 우리 아이들은 더 좁아진 광장에서 더 작은 목소리로 외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100미터 밖에서만 들릴까요?

아니면 청와대 정문 앞에서도 들려야 할까요?

답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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